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

공정무역은 저개발국의 노동자가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소비자에게는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상거래 행위를 말한다. 전 세계 노동자의 40%는 하루 2달러 미만의 소득을 얻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정무역은 불평등을 해소하는 사회 운동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더페어스토리의 임주환 대표는 공정무역의 1세대 주자이다. 그는 정의롭고 건전한 무역을 통해 저개발국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임주환 대표에게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들어본다.


Q. 한화손해보험 인스토리즈 독자분들께 ‘더페어스토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더페어스토리’는 공정무역 브랜드 ‘펜두카’와 ‘스마테리아’를 수입해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펜두카(Penduka)’는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장애‧빈곤 여성들을 돕기 위해 1992년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스마테리아(Smateria)는 캄보디아의 여성들이 만드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입니다

‘더페어스토리’는 이 두 공정무역 브랜드의 제품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공정무역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공정무역은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꼭 필요합니다. 공정무역이라고 하는 건 우리가 만들어 놓은 단어적인 의미이고, 실제는 생산자를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거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지를 조사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지 노동자분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60~70년대를 생각하면 비슷합니다. 지금보다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 살았던 것처럼 말이죠. 그들도 나름의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일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정무역은 남을 무작정 돕는 것이 아닙니다. 돕는 행위는 한두 번은 할 수 있지만, 지속해서 하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일상을 안정적으로 바꾸지 못하죠. 하지만 공정무역은 지속적이고 건강한 거래를 통해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이 공정무역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임주환 대표와 펜두카의 나미비아 노동자들

Q. 공정무역을 제대로 하기 위한 수칙이 있다면?

저희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을 만들어 수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품 가격의 50%를 선지급해서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요. 공동체 발전기금을 적립해 생산자들의 발전을 위한 환경 개선, 교육 사업 등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지급한 비용이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매년 생산지 방문 때마다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주문을 많이 했다가 안 팔린다고 거래를 끊는다면 현지 노동자분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관점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더페어스토리는 전체 매출의 2%를 현지 생산지의 공동체 발전기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이 발전기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공동체 발전기금을 사용하는 데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습니다. 이 돈은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돕는 데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분들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지난 8년간 발전기금을 작업환경 개선에 사용했습니다. 햇빛 가림막을 설치하고,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서로 의논하며 장기적으로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Q. 공정무역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기존 시장에서의 다양한 제품과 경쟁하는 것이 쉬울 것 같지 않은데요. 공정무역 제품이 가진 경쟁력이 있다면?

당연하게도 소비자들은 돈을 내는 만큼의 가치를 원합니다. 하지만 공정무역 제품은 기존의 상업적인 시스템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공정무역의 큰 과제이기도 합니다.

펜두카와 스마테리아의 제품에는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염소가 풀을 뜯어 먹는 모습, 줄넘기하는 아이의 모습 등 그들의 살아가는 일상이 그대로 들어 있죠. 저희는 현지의 생산자들의 크리에이티브한 것들을 살리면서도 세계 여러 소비자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해 글로벌한 감성의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디자인적으로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그들의 독특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점이 공정무역 제품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수에 나미비아 노동자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Q. 회사에 다니시다가 ‘더페어스토리’라는 공정무역 회사를 창업하셨습니다. 회사를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있으실까요?

저는 남들이 볼 때 좋은 회사에 다녔습니다. 복지도 좋고, 급여도 좋은 회사였지만, 저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일상의 공허함을 어떤 일을 하면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공동체적인 일이 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정무역이 좋았던 것은 내가 열심히 하는 일이 공동체에 대한 기여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선한 일이 확장되는 것. 이 느낌이 제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페어스토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공정무역’이라는 낯선 사업에 뛰어들고 운영하기까지, 그 과정에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는지요.

공정무역 사업이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수익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고, 브랜딩, 고용 등, 지금의 더페어스토리가 있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8년 정도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제 조금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Q. 많은 어려움에도 현재의 더페어스토리를 일궈내셨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공정무역 사업을 하며 가장 많이 했던 것은 ‘질문’입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며 제 자신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습니다. “이 일이 정말 즐겁니?”, “너 잘하고 있는 거야?”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 거야?” 등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 계속 물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서 해내야 했기 때문에 매일 같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죠. 그러다 보니 기존에는 알지 못했던 나의 장단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죠.

도전을 앞둔 분들이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지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강점을 찾는 이 질문은 평생을 따라다닐 텐데요. 이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Q. 저희 라이프스토리 주제이기도 한데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꼭 하나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개인적으로는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상을 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잘 누릴 수 없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먼저 주어진 일상을 잘 누릴 수 있어야 삶에서 부족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제 안의 공허함을 발견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동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실현하고자 생각했고, 결국 공정무역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먼저 일상을 잘 누릴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고민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Q. 최종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회사의 더 규모가 커지고 마케팅이 잘되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지금의 펜두카와 스마테리아와 함께 하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 세계에 뻗어있는 여러 공정무역 사업 파트너들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면서 다가올 인생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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