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은 작가


“정리가 생활이 되면서부터 매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자책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평온함과 여유를 누리게 됐어요. 정리할수록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나를 아니 정리도 쉬워졌어요. 자연스레 간소하게 살게 됐는데, 친밀하고 설레는 것들로만 채우니 평범해도 남부럽지 않은 삶이죠. 저는 정리 덕분에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나 다운 삶, 나를 위한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한화손해보험 ‘INSTORIES’ 독자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네이버 ‘정리력 카페’를 운영하는 매니저이자, 정리 책 작가 심지은입니다. 정리력 카페에서는 정리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이벤트와 프로젝트 기획하고 실행하고, 정리에 관한 강의를 합니다. 정리에 관한 사유를 글로 쓰고 있고요, 《1일 정리》, 《다르게 살기 위해 버렸습니다》를 펴냈습니다. 정리는 배운 것을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고, 그 즉시 유용함을 느낄 수 있어서 특히 매력적이에요. 정리를 잘하고 싶은 분들에게 동기부여를 유발하고, 정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일을 기쁘고 즐겁게 해나가고 있답니다. 

‘정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인 윤선현 님이 첫 직장의 상사였어요. 정리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하시더니, 몇 년 뒤 정말 회사를 만들어서 제게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셨어요. 저는 정리에 관한 교육, 홍보를 맡게 됐죠. 그런데 정리를 알면 알수록 제가 대학에서 전공한 문학과 비슷한 면이 많아서 더 좋아졌어요. 독자들은 문학을 통해 간접경험 하면서 정리되지 않던 문제들을 고민하고, 잊고 있던 가치들을 음미하면서 개인적인 경험과 사건을 정리하잖아요. 

정리도 비슷해요. 사람들은 정리하면서 개개인의 문제들을 마주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게 되거든요.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내 삶을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요.

작가님의 경험담을 들려주실래요?

저도 정리가 일상이 되기 전에는 어질러지는 게 너무나 싫었어요. 정리도 안 하면서 말이죠! (웃음) 그런 태도가 뭔가를 시도하고, 새롭게 변화하는 일을 두렵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질러지고 치우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니 ‘어질러지면 치우면 되지’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생각이 살아가는 태도에 영향을 줬어요. 예전보다 더 주도적으로 거침없이 행동하게 됐고, 융통성도 늘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 삶의 전부가 바뀌었어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변화를 택해야 해요. 정리는 변화를 위해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예요. 고민하고만 있으면 시작하기가 더 힘들고, 한없이 미루고 싶어요. 비우고 나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듯이, 일단 하기 쉬운 일부터 정리하다 보면 ‘뚜껑을 열어보니 별거 아니었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마음의 준비가 돼요.

정리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한 사람들도 많이 보셨지요?

카페에서 정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원님의 후기를 읽고 많이 운 적이 있어요. 이분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고 오랫동안 슬픔에 빠져 살았는데, 그렇게 1년이 지나니 치우지 않은 물건들로 엉망이 된 거예요. 냉동실 정리가 가장 힘들었대요. 어머니께서 주신 음식들로 가득 차서 더 음식이 들어갈 공간이 없는데도 어쩌지 못하고 있던 거예요. 정리 프로젝트를 계기로 용기를 내서 많이 버렸는데, 죄송함,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만족감이 컸다고 해요. 100일 동안 집을 정리하고 나서 “산다는 것은 어지럽혀지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대요. ‘이제 안 어지럽힐 테야’가 아니라, 어지럽혀져도 치울 힘이 생겼다는 회원님에게 큰 감동을 받았어요. 정리를 통해 긴 슬픔의 터널을 지날 수 있었고, 건강하고 새로운 일상을 살기 시작했으니까요. 전보다 더 단단해져서 말이죠.

살다 보면 고민도, 결정할 일도 많은데요.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하세요?

정리하면서 확실히 배운 것이 있어요. “버릴까, 말까 고민되면 버려라”라는 말이 있듯이, “할까, 말까 고민이 되면 하라”예요. 정리를 못 하는 분 중에는 변화가 두려운 분이 많아요. 정리된 공간보다 어질러진 공간이 더 익숙하니까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변화를 택해야 해요. 정리는 변화를 위해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예요. 고민하고만 있으면 시작하기가 더 힘들고, 한없이 미루고 싶어요. 비우고 나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듯이, 일단 하기 쉬운 일부터 정리하다 보면 ‘뚜껑을 열어보니 별거 아니었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마음의 준비가 돼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에게 ‘정리’를 추천하는 이유는?

저는 ‘더 나은 삶’은 일상의 행복감을 늘리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매일 똑같이 바쁘게 살다 보면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그것을 지켜내기도 쉽지 않죠. 혼란스러운 와중에 쓸데없는 것들이 삶 속에 계속해서 들어오고, 질서가 무너지니까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쌓이죠. 낭비와 스트레스는 행복과 배타적인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정리를 어질러진 것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일로만 생각하는데,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은 “산다는 게 곧 말썽이오. 죽으면 말썽이 없지.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삶이오!”라고 했어요. 삶의 본질이 혼란과 복잡함을 끊임없이 반복·재생산하는 것이라면, 내 삶에 불필요한 것을 판단하고, 소중한 것들을 내 주변에 두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정리예요.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에너지와 시간을 더 소중한 곳에 쓸 수 있어요.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람, 정리할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정리를 자꾸 미루는 사람은 정리하려면 물건을 버려야 하니까 ‘손실’로 느끼는 경향이 있어요. 쓰지도 않으면서 집안을 비좁게 만드는 물건인데도 말이죠.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정리부터 시작해 보세요. 액세사리를 잘 정리해서 서랍을 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빨리 먹어야 하는데’하는 마음의 부담을 주면서 상해가고 있는 음식을 처분하는 거예요. 필요 없는 물건을 팔아서 그 돈으로 작은 사치를 부려도 좋아요. 마사지를 받거나,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어 보세요. 저는 중고 거래로 생긴 돈으로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블루투스 헤드폰을 장만했는데요. 더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니, 안 쓰는 물건에 대한 미련이나 욕심이 줄더라고요. 그 재미에 한동안 꽤 열심히 물건을 처분했죠. 지금 집에는 정말 필요한 물건만 남아서, 가끔은 판매할 것이 많았던 그때가 그립기도 해요. 하하.  

정리란 나 자신을 알고, 나답게 사는 법을 알아가는일이에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에게 ‘정리’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 자신을 알고, 나답게 사는 법을 알아가는 일이에요.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잘 알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안 쓰는 물건은 점점 쌓이고, 시도했다가 중단하는 일이 많아지고,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손에 꼽고…. 삶의 마디마다 정리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과거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되 버리는 물건이나 일과 사람들에 관해 명확한 견해를 밝힐 수 있게 돼요. 

진정으로 내 자신을 알게 될 때는 정리할 때인 것 같아요. 정리는 내 과거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이런 일을 잘 못하는구나’, ‘나는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구나’ 등을 깨닫게 되니까요. 나의 과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고 할까요.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도 조금씩 정리를 시작해 보세요. 정리한다는 건 곧 내 삶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의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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