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책바(Chaeg Bar) 대표


연희동 좁은 골목 한편에는 소설에 나오는 술을 마시며 책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책바’가 있다. 이곳을 만든 정인성 대표는 술을 마시며 하는 음주 독서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과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을 좀 더 낭만적으로 만들고 싶어서 ‘책바’를 열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실리를 좇으며 사는 이 시대에 낭만을 좇으며 살아도 괜찮다는, 아니 그래서 행복하다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에 나오는 술,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이 즐기던 술을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다는 컨셉이 독특해요.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생각을 하셨어요?

제가 원래 음주 독서를 좋아해요. 집밖에서 술 한잔하면서 책을 읽고 싶은데, 그런 공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게 됐어요. 지금은 책바와 비슷한 공간이 몇몇 따라 생겼지만, 예전에는 없었거든요. 일부 카페에서 하우스 와인 정도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게 전부였죠. 어떻게 책과 술이 어울려?’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특히 시와 소설 같은 문학 장르를 읽을 때 적당히 술을 마시면, 이야기에 더 몰입되고 기분 좋은 독서가 되더라고요. 

책과 술을 좋아하셨을 거란 짐작은 했는데, 다른 이유도 있었겠죠?

워낙 공간 비즈니스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계속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제 아이디어를 구현할 방향성이 떠올랐어요. 또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닌데, 그즈음 읽던 소설에 유난히 술이 많이 등장했어요. (웃음) 책 속에 등장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읽는다면 정말 근사한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물론 이런 사람이 절대다수는 아닐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나 혼자만의 취향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죠.

어떻게 책과 술이 어울려?’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특히 시와 소설 같은 문학 장르를 읽을 때 적당히 술을 마시면, 이야기에 더 몰입되고 기분 좋은 독서가 되더라고요.

책바에서 어떤 일을 하세요?

저는 낮과 밤에 각기 다른 일을 해요. 우선 밤에는 책바의 오너 바텐더와 서점 직원 역할을 해요. 시즌별로 메뉴를 개발하기도 하고, 책바에 오시는 분들에게 취향에 맞춰 책을 추천해 드리기도 해요. 낮에는 대체로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해요. 현재 진행 중인 한 권을 포함해서 《소설 마시는 시간》,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 등 총 네 권의 책을 썼고, 술과 관련된 책을 감수하기도 했어요. 틈틈이 기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브랜드와의 협업이나 강연이 잡히면 낮에 그에 필요한 일을 해요. 최근에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의 의뢰로 새롭게 출시하는 향수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만들기도 했어요. 또, 대학생 때부터 운영하던 ‘니플리스’라는 니플밴드 브랜드도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요즘같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문이 늘어나서 매일 챙기느라 바쁘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부터 회사보다 ‘나만의 일’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아요.

책바를 만들기 전에 다녔던 직장은 소위 ‘꿈의 회사’라고 불리던 대기업이었어요.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1등 기업으로 통하니까요. 꼭 입사하고 싶은 곳이었어요. 대학생 때부터 회사 로고를 코팅해서 지갑에 넣고 다닐 정도로 간절했죠. 그런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어요. 특히 ‘성취감’이 아쉬웠어요. 조금 전에 말한 니플리스 브랜드를 회사에 다니기 전부터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회사 생활은 그와 비교하면 인풋 대비 아웃풋이 작고, 다른 아쉬운 점들도 있었어요. 물론 좋은 분들과 함께 일했고 배운 점도 많았지만요. 회사에 취직할 때부터 언젠가 다시 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시점이 계획보다 앞당겨진 것일 뿐, 나의 일을 하겠다는 다짐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바라던 대로 나만의 공간, 나만의 일이 생겼는데, 무엇이 달라지셨어요?

가장 명확하게 달라진 건 낮과 밤이 바뀐 거죠. 책바는 저녁 7시에 열고 새벽 1시 30분까지 운영해요. 저는 밤에 출근해서 일하고, 대신 낮에는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요. 휴식 시간과 일하는 시간이 보통 사람들과 반대이다 보니, 아무래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었어요. 혼자 밥 먹고 놀고 혼자 일하고…. 완전한 ‘1인 생활’이랄까요.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뭐예요?

내 삶에 자율성이 늘어난 거죠. 회사에 다닐 때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데도 즐거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요. 일을 만들어서 하고, 시간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죠. 물론, 제가 워낙 삶에서 일을 중요시하는 성향이라서 더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아침에는 수영이나 달리기를 하고요. 오후에는 종종 약속을 잡아서 사람들을 만나요. 전시 관람도 즐기는 편인데, 평일 오후에 한적한 미술관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으면 너무 행복합니다. 

세상을 낭만적으로 만들고 싶어서 책바를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하지만 1인 대표이자 자영업자의 길이 낭만적이기만 하진 않았을 텐데요. 

당연히 어려운 점이 있어요. 아니, 무척 많아요! 간혹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면이 현실과 싸움이에요.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 ‘사업’이니까요.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만으로 회사를 나온 건 아니에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었어요. 근데 자영업을 하다 보면요, 코로나 19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늘 닥쳐와요. 그뿐인가요. 다른 가게는 잘 되는데 책바만 한가한 날도 있죠. 날씨가 너무 좋아도 걱정, 안 좋아도 걱정이에요.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은 한강이나 공원 같은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려 하고, 또 날이 궂으면 집에 들어가려고 하니까요.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 아세요? 그 말처럼 자영업의 경쟁 요소는 무궁무진해요. 그래서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해요. 후회하진 않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자율적으로 사는 이 삶에 완전히 만족해요. 

다양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해요. 후회하진 않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자율적으로 사는 이 삶에 완전히 만족해요.

5년 전, 새로운 삶을 꿈꾸던 대표님처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작년에 펴낸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에서 한 말인데요, 우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해야 해요. 이게 필수입니다! 그래야 나의 본질적인 욕구, 나의 ‘낭만’이 뭔지를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려면, 거기서부터 시작이에요. 이제 나에 대해서 알았다면, 그 방향성을 향해 나아갈지, 아니면 그대로 머무를지 정하면 돼요. 책에 그런 여정에 관해 썼어요. 나 자신을 알려고 어떻게 노력했고, 어떻게 내 삶의 방향성을 찾아갔는지를요. 

대표님에게 ‘더 나은 삶’은 어떤 건지 궁금해요.

간단해 보이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네요. 일단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가깝게는 제 지인들, 멀리는 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달까요. 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제가 쓴 글과 책바라는 공간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평소의 제 행동으로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작은 즐거움에도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어요. 지금은 그런 편인 것 같은데, 이런 마음가짐이 오래 이어지면 좋겠네요. 아! 또 한 가지 있네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술과 음식을 만끽하고 싶어요. 전 세계에 200여 개의 나라가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50개국도 못 가봤어요.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군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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