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스럽게 왜 그래?”

지난 칼럼에서 “직장인이여! 살아남기 위해 회계하라!”를 뜨겁게 부르짖었습니다. 그런데 회계가 직장인의 생존 스킬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숫자가 너무 싫으면 어떡할까요? 숫자와 관련된 업무는 일단 피하고 보는 ‘숫자싫어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저 역시 숫자싫어증 환자였거든요.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

저는 오랫동안 습관처럼 이렇게 말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엑셀을 믿을 수 없어서 계산기를 수없이 두들겨봐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군대에서 경리행정병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도 숫자는 내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했고, 홍보팀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재무팀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회계 결산 업무를 맡게 된 겁니다.

영화 <부라더>에서 친구가 마동석에게 말합니다.
“나는 문과라서 수치에 약한데…”
그에 대한 마동석의 답은 이랬습니다.
“수치스럽게 왜 그래?”

마치 저에게 하는 말 같더군요. 회계를 배우기 위해서 숫자를 피할 수 없습니다. 숫자를 두려워할 수 있지만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노력했습니다. 숫자를 잘 알면 회계뿐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숫자를 잘 알면 달라지는 것들

숫자에 강한 사람은 상사를 설득하고 결정에 대한 동의를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숫자에 강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의 이익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평을 받습니다. 숫자를 잘 알게 되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치밀하다
‘치밀하다’는 말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음모를 꾸미는 악당에게 많이 쓰여서 부정적으로 들리기 쉽지만,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치밀하다’는 ‘자세하고 꼼꼼하다’는 뜻입니다. 팀장님이 업체와 협상을 위해 예산안을 찾을 때 업체 연락처와 사업자 번호, 대표자 이름 등 기본 정보는 앞에 준비하고, 협상할 때 필요한 콘텐츠 포인트와 특이사항, 참고사항을 뒤에 배치해서 적정한 협상 선을 제안 드린다면 어떨까요? 이런 치밀함은 직장인에게 필수입니다.

정확하다
사람들은 모호한 말보다 숫자를 신뢰합니다. 숫자의 힘이자 마력입니다. 팀장님에게 보고할 때 “우리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12.9%이고, 경쟁사는 11.3%로 우리보다 1.6%P 낮습니다.”라고 보고하면 더욱 큰 신뢰를 얻습니다. 숫자를 구체적으로 사용하고 숫자 용어들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면 정확하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얻게 됩니다.

설득력 있다
숫자는 객관적입니다. 그래서 결정권자는 판단의 근거로 숫자를 사용합니다. “팀장님, A 제품 매출이 전월보다 27% 증가했지만, B 제품은 5.7%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번 달에는 B 제품 판촉이벤트를 진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내용을 보고할 때 숫자를 사용하면 결정권자가 결정을 내리기 쉽습니다. CEO가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숫자를 다루는 재무부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숫자를 잘 이용하면 ‘설득력 있다’라는 이미지를 얻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숫자를 잘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요한 숫자는 기록하고 기억하자

직장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숫자는 반드시 알고 기억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상황 판단이 되고 문제를 발견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숫자는 업무와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숫자입니다. 특히 팀장님이 자주 이야기하는 숫자들은 암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홍보팀은 시장점유율과 회사의 주가 및 광고선전비를, 영업팀이라면 판매하는 제품의 판매액과 판매촉진비, 매출채권 미수 현황을, 생산팀이라면 공장관리비, 제조원가 등의 숫자를 정확하게 숙지해야 합니다. 툭 치면 술술 나올 정도로 말이죠. 그러기 위해서 기록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변동이 생길 때마다 기록해야 합니다. 중요한 숫자는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 좋습니다. 외우는 게 어렵다면 표로 정리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숫자를 외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에 관해 관심과 책임감을 가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숫자와 관련된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는 모습을 상사에게 보여주면 신뢰가 더욱 쌓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나도 자꾸 보다 보면 친해지고 정이 들어서 사랑스러워집니다. 싫어한다고 자꾸 외면하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숫자뿐 아니라 여러분이 관심 있는 숫자를 일상에서 회사에서 찾아보세요. 주식에 투자한다면 기업의 주가를, 책을 출간했다면 판매지수를, 야구를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팀과 선수의 실적을 기록하다 보면 숫자를 이해하게 되고 친해지고, 사랑하게 될 겁니다. 그럼 회계와도 금방 친해지겠죠?

글: 윤정용(누구나 회계스쿨 대표)


윤정용은
회계 비전공자로 갑자기 재무팀에 배치되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회계 기초’ 전문 강사로 거듭났다. 직장인들에게 회계의 유용함을 전파하는 ‘누구나 회계스쿨’을 이끌며, 강의와 글쓰기, 유튜브 ‘윤정용의 인생 계산기’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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