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화손해보험 인스토리즈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발레리나 혹은 무용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고아라입니다. 이외에도 강연이나 멘토링, 그리고 가끔 있는 방송이나 모델 활동 등 나름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제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반갑습니다.

Q. 청각 장애가 있으셔서, 음악에 맞춰 동작하는 발레에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머니의 권유로 7살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듯 저희 어머니도 아이에게 어떤 재능이 있을까해서 여러 학원을 보내주셨고, 그중에 가장 흥미를 보였던 게 무용이었어요. 무용 중에서도 우아한 우산 모양의 옷을 입고 발끝으로 서는 발레가 그때는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또한 현재 ‘소리가 있는’ 음성언어를 아주 잘 쓰고 있지만, 어렸을 때에는 지금보다 서투르다 보니 몸으로 표현하는 게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Q. 음악을 듣기 어려워 다른 사람들보다 배로 노력하다 보니, 슬럼프도 겪으셨을 것 같아요. 언제 슬럼프가 찾아왔는 지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랜 시간 춤을 추면서 음악 때문에 힘들어하던 것보다는 오히려 의외의 것으로부터 힘든 게 더 컸어요. 예술계만의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불만이 있었던 거죠.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대학원 졸업을 앞두면서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논문 통과 즉시 전화도 데이터도 안 터지는 몽골로 계획 없이 떠났습니다.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쉬다 보니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지 못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제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뚜렷해지더라고요. ‘나만의’ 춤을 추면서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됐죠.

Q. 발레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발레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발레의 매력과 발레를 하시면서 가장 행복하셨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춤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제 곁에 있는 가족과 친한 친구들의 응원과 격려가 정말 힘이 되거든요. 발레나 춤을 춘다는 것은 쉬운 분야가 아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비전공자 입장에선 ‘예술’로 인식하는 점이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춤을 추면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음악부터 안무, 의상, 무대와 조명 등 모든 것이 다 저만을 위한 ‘고아라 맞춤형’ 무대였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이보다 더 특별한 무대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통틀어 인생 무대였습니다.

Q. 최근 스포츠웨어 모델로 활동하신 영상과 인터뷰 봤습니다. 스포츠웨어 모델을 하시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스포츠웨어 업체에서 먼저 광고 섭외가 들어왔어요. 발레 같은 경우는 타이즈에 레오타드, 쉬폰 치마에 머리까지 단정히 올려야 하는 에티켓을 지켜야 하거든요. 프리랜서 이후 레깅스를 입고 연습을 해왔는데, 레깅스만큼 편한 건 없더라고요. 입고 벗기 번거롭지도 않고, 또 활동하기에도 편하고. 무엇보다 저 같은 소수자를 광고모델로 출연하는 건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죠.

Q. 발레 외에도 Miss world Korea, Miss Global Beauty Queen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더라고요. 그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이 활동들이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의 일환인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다니던 중이었어요. 예술계 특성의 주입식 시스템으로 새로운 기회를 많이 접하지 못하다 보니, 제 스스로 그런 기회를 찾았던 거죠. 호기심으로 나갔던 첫 대외활동이 World Miss University였고, 이후 Miss Deaf World(청각장애인만 참가할 수 있는 세계 미인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면서 수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꿈과 동시에 제 정체성이 해결되었어요. 또 다른 미인 대회나 강연, 방송이나 멘토링 등 여러 섭외도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식 개선 활동을 하게 된 거죠.

Q. 아직 우리나라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긴 어려울 정도로 장애가 있는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발레리나님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없애고 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어떤 활동으로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옛날에 비해 장애인과 같은 약자에 대한 인식이나 경계가 많이 해소됐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입장은 요원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장애인’이라 말하고 싶지 않아요. ‘장애’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차별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한 예로 청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 대신 ‘잘 보는 사람’ 혹은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이라 표현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 춤을 추면서도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먼저 알려줍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인식을 개선시키고 싶습니다.

Q. 라이프 스토리의 주제와 관련한 질문입니다. 발레리나님에게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가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발레리나님은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우선 자신이 가진 여유를 나눌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그런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은 그리 특별하진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일도 일이지만 본인이 감당치 못할 수준에는 내려놓고 쉴 줄도 알아야 해요. 물론 바쁜 것이 좋다면 바쁜 대로도 살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축적되는 자신으로부터 그 여유를 나누며 교류하는 것이 ‘사회’거든요.

Q. 발레리나로서 앞으로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우선 저는 조만간 제 팀을 만들어 여러 프로젝트와 작품을 만들면서 박사과정에서도 조금 더 진심으로 공부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요즘 저의 관심사는 ‘언어’입니다. 음성언어와 수어뿐 아니라 춤과 같은 신체언어까지 가능한 입장에서 ‘나의 언어는 무엇인가’에 대한 수없는 자문도 생기고요. 앞으로 제 여러 활동을 통해 ‘저만의 언어’로써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많은 삶과 이야기, 그리고 춤을 공유하는 것이 현재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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