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생각하겠지만, 나는 ‘분식(粉飾)회계’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회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럴만큼,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모르면 큰일나는 분식회계, 속지않고 꿰뚫어보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자.

중국 기업 루이싱커피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중국 역사상 최고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엄청난 성장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런데 1월 31일 미국 리서치 회사인 머디워터스 리서치의 공매도 보고서로 루이싱 커피의 주가가 술렁였다. 보고서의 내용은 루이싱커피가 매출을 부풀린 분식회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2개월 만에 루이싱커피는 매출액 수천억 원을 부풀린 분식회계를 시인했고 주가는 80% 넘게 폭락하며 상장폐지 됐다.

분식회계는 실적이 좋고 재무 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장부를 거짓으로 꾸며내는 일이다. 상장폐지가 되면 회사의 주식은 말 그대로 휴지가 된다. 막판에 주식을 처분하는 시간을 줘도, 내가 산 금액의 5% 정도 밖에 안되니 피해가 극심하다.

2014년 루이싱커피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초대형 무역금융 사기로 8,000원~ 2만 원도 안 되는 홈시어터나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을 250만 원에 수출로 판 것처럼 꾸미고 해당 매출채권을 은행에 팔거나 담보로 3조 2,000억 원대 사기 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수출입은행 ‘히든 챔피언’ 인증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회사로 급성장했던 가전회사의 실체는 1조가 넘는 매출 중에 780억 원만 진짜고 나머지 94%는 다 가짜인 분식회계 사기 전문 기업이었다.

다행히 대출금 전액을 회수한 시중 은행이 있었다. **은행 계약직 사원은 재무제표에서 이상한 징후를 발견하고 해외 인터넷 쇼핑몰까지 들어가서 제품을 확인했고 구매까지 시도해보며 회사에 관련 증빙을 요구하며 철저하게 검증했다. 결국 실체 없는 회사임을 판단하고 대출금 850억 전액을 모두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매년 50%씩 성장하는 한창 잘나가는 회사이고, 돈 빌려주려고 은행이 줄 서 있는 미래가 창창한 회사였다. 은행 영업부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해당 직원은 소신 있게 설득하고 밀어붙여서 대출금 전액을 회수했다. 그리고 1년 후 이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엄청난 분식회계가 있었음이 발각된다.

이 회사의 손익계산서의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가져오고,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가져와서 표로 정리했다.

이 회사는 5년 만에 매출이 17배나 증가했다. 연간 매출액이 1조 원이 넘는 기업은 1,000대 기업 중에도 2020년 기준으로 204 곳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매출액 1조 원을 넘겼으니 엄청난 벤처 성공신화로 보였다.

손익계산서 상 매출액과 이익 모두 엄청나게 증가했다. 2013년에 영업이익이 1,104억 원이다. 그런데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억 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돈을 벌고 돈을 쓰고 남은 현금이 있는 통장이라고 보면 쉽다.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을 현금주의로 작성해서 보여주는 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크다. 이 기업은 영업이익이 1,104억 원이니 아무리 못해도 1,000억은 영업 통장에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1,000억은 어디로 갔을까?

이게 2013년만 그런 게 아니고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영업이익보다 적은 현금만 있을 뿐이다. 돈이 없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 제품은 잘 파는 데 돈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면 이게 정상적인 기업일까?

이 회사는 당시 성장하는 건설회사였다. 이 회사 역시 앞에서 말한 가전회사와 이익과 현금 패턴이 비슷하지 않은가? 영업이익보다 현저히 적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다. 코스닥 상장사였던 이 회사는 최종 부도 처리되면 상장폐지됐다. 이 회사 역시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인증을 받았었다.

기업의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꼭 비교해보자.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괴리가 적을수록 이익의 질이 높다고 말하고 괴리가 크면 분식회계 가능성이 크다. 반드시 무슨 문제로 현금이 안 들어오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익은 오피니언, 현금은 팩트’라는 말이 있다. 장부의 이익은 속일 수 있어도 통장에 있는 현금은 절대 속일 수 없다. 기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현금이 없어서다.

회계감사 강화로 상폐 위기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2005년 이후 분식회계가 확인된 241개 상장기업 중 146개 기업이 상장폐지됐다.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된 시점을 기준으로 길어야 5년 내에 상장폐지될 확률은 무려 60.6%다. 분식회계는 마약이다. 한 번 하면 절대 끊을 수 없다.

분식회계 징후를 살펴보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투자하는 회사의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꼭 비교해서 살펴보자. 영업 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비교해서 괴리가 큰지 작은지 보고 괴리가 크면 그 이유를 꼭 알아내자. 이런 수고 없이는 내 소중한 돈, 내 소중한 투자원금을 지킬 수 없다.


윤정용은

회계 비전공자로 갑자기 재무팀에 배치되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회계 기초’ 전문 강사로 거듭났다. 직장인들에게 회계의 유용함을 전파하는 ‘누구나 회계스쿨’을 이끌며, 강의와 글쓰기, 유튜브 ‘윤정용의 인생 계산기’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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