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우리의 예상보다 조금 일찍 찾아왔다. 평년보다 이른 더위에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위기를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요즘, 기업과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015년,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제시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고 노력해오는 가운데, 인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음식’, ‘먹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지구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교육자들이 있다.

안녕하세요. 인스토리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가워요. 슬로푸드(Slowfood)를 사랑하는 미식가인 슬로푸디(Slowfoodie) 노민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푸드포체인지 대표이자 푸듀케이터이기도 하죠. ‘슬로푸드’가 생소한 분들에게 간략히 설명해드리자면 단순히 발효음식이나 천천히 먹는 음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지속가능한 음식을 뜻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슬로푸디’라는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음식에 대해 큰 가치를 두고 건강이나 환경,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지구와의 공생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이에요. 일상 속 ‘슬로푸디’로서의 확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푸듀케이터’로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저의 가치관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직업인 ‘푸듀케이터’,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요?

푸듀케이터(fooducator)란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와 교육자를 뜻하는 에듀케이터(educator)를 조합어로, 음식에 대해 가르치는 교육자를 말합니다. 음식의 영양학적인 것만 가르치던 기존 음식 교육의 범위를 벗어나 음식의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의 전 과정에서 보다 건강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에 대해 가르칩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선택하는 방법, 올바른 소비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등 음식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하여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먹거리’란 무엇인가요?

현재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급격한 기후변화 또한 일어나고 있죠. 이로 말미암아 우리 후세대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결국 식량 부족 사태로 인한 식량안보문제가 분명히 발생하게 될거에요. 그래서 결국 지구인들의 건강하고 부족함 없는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식습관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서 ‘지속가능한 식품, 먹거리’ 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가장 큰 목적은 생태계 다양성을 보존하고 기후변화를 예방하여 우리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는 거죠. 지속가능한 먹거리는 ‘식물성 기반’의 식습관에서 시작해요. 아시다시피 가축을 사육할 땐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뇨,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이거든요. 그래서 저와 같은 푸듀케이터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식습관 캠페인, 텃밭에서 직접 기른 작물로 음식을 먹는 요리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여러 대상 중에서도 미래의 음식소비자가 될 어린이에게 다양한 식생활 교육을 보급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식습관 교육을 진행하시는 건가요?

푸드포체인지에서는 ‘바른먹거리 캠페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리 캠페인과 올바른 식습관/음식 교육을 펼치고 있어요. ‘바른먹거리 캠페인’이란 식품표시 확인, 미각 교육 등 자신이 먹는 음식의 히스토리(어디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제대로 알고 바른 음식을 구별하여 선택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 활동이에요. 주로 아이, 아이를 가진 학부모, 사회 소외 계층 등 점차 대상을 확대해가고 있는 중이죠. 이 외에도 동물복지 교육(육식 위주 식습관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구 환경까지 고려한 올바른 먹거리 교육), 211 식사 교육(가공식품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 계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균형 잡힌 식사습관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몇 분의 푸듀케이터가 활동을 하시고 있을까요?

2020년 기준으로 8기까지 모집이 된 상황이에요. 그리고 푸듀케이터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한 인원은 7기 기준, 총 140명 정도 배출했습니다. 다만 이 분들 모두가 활동을 다하시는 건 아니고 현재 시점에서는 20명 정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개인 사정으로 그만 두신다거나 푸듀케이터 직무를 활용하여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시죠.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분들이 양성될 때마다 뿌듯할 것 같아요.

그렇죠. 먹거리의 의미를 단순히 즐거운 식사, 영양소 공급하는 것에서 찾지 않고 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가치임을 깨닫게 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됩니다. 본인의 식생활도 조금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음식을 보시하려고 노력들을 하시죠. 교육자로서 이런 부분에서 많이 보람되고 가장 인상적이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표님의 ‘음식’에 대한 깊은 관심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지만 (웃음) 원래부터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은 높았죠. 하지만 결정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색다른 직업을 알게 되었던 때예요. 그때만 해도 한국에 이 직업이 처음 소개되는 시기였거든요. 음식과 디자인을 함께 다루는 직업에 매료되어 학업과 더불어 학교 밖에서는 푸드스타일링을 배우며 관련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엔 외식업체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며 대학 전공과 다른 음식 분야의 일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푸드스타일링, 외식업체 마케팅까지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하셨네요. (웃음) 그렇다면 푸듀케이터로 이끌어주었던 슬로푸드와의 인연도 궁금해집니다.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더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고민하는 일을 하다가, 문득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하는 깊은 고민이 생기더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외국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 자료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국제적인 식문화 운동인 ‘슬로푸드 운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슬로푸드 운동’은 획일화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대량생산 위주의 현대 식문화에 문제를 인식하고, 대신 지역의 제철 먹거리로 만들어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음식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캠페인이에요.

이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탈리아에 소재한 국제 슬로푸드 협회에서 이런 가치를 가진 음식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미식과학대학(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을 발견하고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1년간 유학 준비 끝에 그 곳에서 1년간 음식문화와 커뮤니케이션(Food culture and communication) 공부하며 슬로푸드운동과 철학을 몸소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곳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이 있을까요?

슬로푸드에서 주창하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위해 좋은 것을 생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행하는 것이었어요.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은 생산 환경이 중요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는 등 지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우리가 지구와 함께 공생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식문화 발전을 위한 소비자의 고민이 필요해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바뀌면 생산도 바뀐다고 보는거죠.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꼭 슬로푸드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이탈리아에서 배우고 느꼈던 부분을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식생활 교육을 실천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2012년에 푸드포체인지를 설립했습니다.

 ‘푸드포체인지’를 설립하신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가네요.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음식’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푸드포체인지의 주된 목적은 식생활 교육을 제공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먹는 먹거리가 나의 건강과 환경, 더 나아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 다양한 식생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며, 이런 교육을 할 수 있는 식생활교육전문강사(푸듀케이터)를 양성하죠. 저희가 100프로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웃음) 환경을 생각하는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조금씩 확대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농림수산식품 산하 정부 기관에서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로컬푸드,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는 식생활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과 협업하여 진행할 수 있는 지원 정책들이 전보다 훨씬 풍성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대표님에게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일까요?

다음 세대를 위해 더 좋은 세상과 지구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데 기여하는 삶을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해요.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도 어른이 되었을 때 내가 누렸던 좋은 것들을 누리게 하기 위해 지금 당장의 편리함, 더 많은 이윤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과 환경을 위해 지구를 덜 괴롭히고, 사람 관계에서 더 나누고 따뜻함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먹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푸드포체인지’ 대표가 아닌, 인간 ‘노민영’으로서 꿈꾸는 세상이 있을까요?

‘푸드포체인지 대표’ 노민영, ‘인간’ 노민영의 차이가 있을까요? (웃음)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행운의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각각의 입장에서 꿈꾸는 세상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제가 꿈꾸는 세상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상입니다. 다양한 인종, 생각, 삶의 방식, 의견, 가치, 문화를 다른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다양성의 범주 안에서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면 싸움, 전쟁이나 분쟁이 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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