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생활이 답답하여 불만이 한가득 터져 나왔던 것도 잠시, 어느새 사람들은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재택 업무는 물론 식사하는 시간과 각자의 일상을 즐기는 법까지, 모든 것이 ‘집’에서 해결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쓰레기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배달음식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닐과 플라스틱의 포장 배출은 겉잡을 수 없어졌고, 재활용의 쓰레기 양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5%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더욱이 수도권 매립지가 25년 사용 종료되면 처리할 곳도 마땅하지 않은 가운데, 그 누구보다 ‘쓰레기’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한 작가가 있다.

<쓰레기책>을 집필한 이동학 작가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학창 시절에는 두발 자유 운동을, 성인이 되며 인구 고령화 문제를 고민하던 ‘그’가 이제는 쓰레기가 미치는 도시/환경적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그’가 꿈꾸는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일까?


한화손해보험 인스토리즈 독자분들께 작가님의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쓰레기센터의 이동학입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구를 유랑했죠. 각 도시에서의 갈등 또는 배울 점들을 탐구하는 학습 여행이었고요, 공교롭게 여행을 마치자마자 코로나19가 시작되어 지금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누빌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렸어요. 결국 이겨낼 테지만 혹시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제가 지구를 자유롭게 누빈 마지막 인류가 되겠네요.

일반적으로 여행은 힐링과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뚜렷한 목적을 정한 채 ‘학습여행’을 떠나셨다니 굉장히 흥미롭네요.

여행을 떠날 당시,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향후 생겨나게 될 우리 사회의 갈등이 많아질 것이라고 봤지요. 의료, 복지, 정년, 연금 등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계속 사그라드는 상황인데, 다른 나라의 상황들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직접 돌면서 그들의 상황을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브라질에서 쓰레기선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2년 동안 몇 개국을 탐방하셨나요?

도시 문제를 보기 위해 61개국 157개의 도시를 방문했습니다. 숙소를 제공받기도 했었지만, 많은 경우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도 했죠. 무엇보다 각국의 현지인들로부터 숙소, 음식, 인터뷰 연결 등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던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느낀 점은, ‘서로 도와야 하는구나!’ ‘나 혼자 잘나서 되는 것은 하나도 없구나!’였습니다.

여행을 다니시면서 특별히 남는 기억이 있다면?

여행을 떠날 때 어머니로부터 ‘지구촌장’ 임명장을 받고 출발했습니다. 명함에 ‘지구촌장’이라는 직함도 썼고요. 그 나라의 정치인 또는 공무원 등 저의 인터뷰 신청 메일을 보곤 대부분 국제기구에서 나온 사람인 줄 알고(웃음) 인터뷰에 많이 응해줬고요, 차를 대접하거나 식사 대접을 받기도 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지구 촌장’으로 나선 2년간의 여행 그 자체로 제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특별했죠. 1분 1초, 어느 시간 특별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작가님을 ‘지구촌장’이라고 임명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어머님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으신 편인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내 스스로의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현실 사람들의 삶을 탐구한다’라는 포지셔닝을 정하였고 어머니께서는 저의 포지셔닝을 통해 ‘지구촌장’으로 임명해 주셨지요. 그 부분이 저에게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야를 넓게 가져갈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일반적인 어머님들과 똑같습니다. 분리배출 같은 경우에만 신경써서 하시는 정도입니다(웃음). 환경문제 자체에 대한 문제인식이 크지 않지만, 아들이 하겠다고 하는 것을 열심히 뒤에서 정신적으로 지지해주시고 생각해주시는 편입니다.  

<‘지구촌장’ 임명장 수여식, 어머니와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렸을 적부터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작가님의 학창 시절이 참 궁금해지네요(웃음)

저도 생각해 보면 참 여기저기 관심이 많았었구나 느껴지네요(웃음).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두발자유 운동을 했습니다. 두발 자유문제는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하였고, 그때 두발자유 운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잘못되어 있는 것들이 알게 되었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세상을 바꿔봐야겠다’라는 생각을 어린 마음에 한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 주제, 쓰레기 문제로 집중해보겠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요.

도시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좋은 점, 자랑할 점들은 한없이 자랑을 하다가도 쓰레기 문제나 환경문제가 나오면 숨기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쓰레기 매립장, 소각장, 선별장 등을 수소문해 찾아다녔고요,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이 완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들의 쓰레기가 중국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그대로 쓰레기 산이 되거나 바다로 버려져 ‘쓰레기 섬’으로 이어지죠.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문제군요.

지구 전체에선 쓰레기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1950년 약 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는데, 2002년도에 2억 톤이 넘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거의 4억 톤에 육박합니다. 이대로라면 2040년엔 8억 톤이 생산될 예정인데, 다량의 플라스틱 생산은 곧 막대한 쓰레기의 배출로 이어집니다. 효과적인 처리 방안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지구촌엔 거대한 재앙이 될 겁니다. 일회용 사회를 다회용 경제로 전환시켜 플라스틱을 덜 쓰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고요, 그래도 발생되는 막대한 쓰레기들의 처리를 위해 도심의 안전하고 환경적인 소각 에너지 발전소를 조성해야 해요.

<오스트리아 빈 도심 한가운데 아름답게 건축된 소각장.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시설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쓰레기 매립지 갈등이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쓰레기 매립지 문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매립지나 쓰레기 소각장은 도시 내에서 공존해야만 하는 시설이며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행정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 시민들이 반대 여론이 높습니다. 이 반대의 여론을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수용성을 넓힌 것인가에 대해 대책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충분히 우려를 덜 해도 될 만큼의 자원 회수 시설(소각장 등)에 대한 기술 발달 현황이나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례 등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공론의 장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정보나 앞으로의 운영 투명성과 효율성의 측면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불안해하고 있는 요소들을 어떤 방법으로 해소해 줄 것인지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오자마자 둘러본 쓰레기의 현실, 한국도 쓰레기에 둘러쌓여 가고 있었다>

그래서 쓰레기의 심각성을 목도하고 쓰신 책이 ‘쓰레기 책’이시군요.

어감이 이상하긴 하지만 직관적인 힘이 있어 책 제목이 잘 지어진 것 같아요. 내용은 제가 봤던 지구촌의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 그리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썼고요, 처음엔 돌아오자마자 전 지구의 고령화 문제와 그 갈등에 대한 책을 써보려 했는데, 지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먼저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쓰레기책>을 먼저 쓰게 됐습니다.

<이동학 작가님 ‘쓰레기책’>

일반인들은 여태 몰랐던 쓰레기의 진실을 알리는 ‘쓰레기 책’에 이어 버전 2도 나오게 될까요?

어떻게 아셨죠? (놀람) 첫 번째는 지구의 쓰레기가 어떻게,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해 썼고 결과적으로 왜 쓰레기가 산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했다면 국내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을 발생하는지 조명을 해볼 생각입니다. 마을에 쓰레기가 생겨서 어디로 이동하고 어떻게 처리되고 왜 우리나라에 쓰레기 산이 생기고 이것에 대한 해법을 우리나라 차원에서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참고로 <휴머노믹스:사람 중심 정책, 대한민국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을 다룬 챕터를 집필하였고 지난 3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웃음)

저희 라이프스토리 주제이기도 하면서 작가님이라면 매번 고민하시는 키워드 일 것 같아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작가님은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저는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아버지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립’과 ‘독립’이라는 가치들입니다. 삶은 타인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정서적 안정을 꾀해가는 과정인데,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죽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서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불행한 사람이 덜 존재하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에요. 이 기조 속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제가 하고 싶은 최대한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대중에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시는 만큼,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쓰레기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주요 환경 이슈 중 하나입니다.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결국 본인에게 막대한 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차원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한 번쯤 고민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가능하면 플라스틱을 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편하더라도 개인 용도의 물건들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텀블러나 에코백 같은 것들이요. 개인의 실천으로는 실제적으로 전체의 쓰레기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행동들이 ‘여론’으로 형성되면 무서운 힘을 가집니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이 처음부터 폐기 단계까지 고려된 제품을 내놓거나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판매 체계를 고민하게 되겠죠.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정책으로 만드는 명분으로 삼게 될 테고요.

마지막 질문이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이동학’이라는 인간으로서, 혹은 ‘지구촌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지구촌 공생의 시대를 꿈꿉니다. 본래 자기 것을 더 얻기 위한 노력은 인간의 본성인 ‘욕망’인데, 이 ‘욕망’의 방향을 서로 함께 사는 쪽으로 전환시키는 거죠. 저만 해도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다녀왔는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 이렇게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을 때마다 다짐했어요. 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겠노라고. 그래서 ‘이동학’이 목표로 하는 것은 곧 ‘지구촌장’의 목표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지금 운영 중인 ‘쓰레기센터’도 지구촌의 쓰레기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50여 개국에 설치하고 공동전선을 만들 비전을 천천히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환경분야에서의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까 24시간 고민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도시를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배우러 오고 싶은 친환경 순환도시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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