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신 워런 버핏은 돈을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 같으면서도 참 이상한 말이다. 투자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건데 어느 누가 돈을 잃는 투자를 할까? 신의 경지에 있는 워런 버핏이라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걸까?

그런데 말이다. 돈을 잃는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있다.

주변에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이 생기면 주식투자를 생전 안 해본 사람도 ‘나도 해볼까?’ 마음이 든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지인에게 종목 추천을 받는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한다. 그리고 돈을 잃는다. 이때 돈을 잃는 정도가 다른데, 주가 하락으로 2~30% 손실이 나면 손절을 하면 된다. 그런데 90%라는무참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투자한 기업이 ‘뿅’하고 사라질 때다. 언제?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상장폐지 기업에 투자했을 때다.

워런 버핏이 돈을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은 이런 상장폐지 당할 기업들은 피해서 우량 기업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다.

그럼 ‘이런 망할!’기업들을 상장폐지 전에 찾아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업의 모든 활동은 모두 숫자로 기록되어 재무제표로 만들어진다. 재무제표 분석이 가능하다면 기업의 망할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참 힘들다. 우리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까지 재무제표에 대해서 배웠지만, 분석으로 부실 징후를 포착하려면 더 많이 배워야 하고, 업종별 특성까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업종이 달라도 상장기업이라면 공통적으로 반드시 받아야 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회계감사다. 상장기업이라면 1년에 4번 재무제표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를 한다. 그때마다 회계감사를 받고 어떤 감사의견을 받았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이게 확실한 시그널이다. 회계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회사의 실태와 재무제표가 일치하는지 문제가 없는지 꼼꼼하게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중요한 의견을 내기 때문이다.

투자를 한다면, 기업의 ‘감사보고서 제출’을 꼭 챙겨 보자.

‘감사보고서 제출’을 살펴볼 때 주의해서 볼 것은 세 가지다.

첫 번째,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상장기업은 주주총회를 열기 일주일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는 기업들이 있다.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어기는 이유가 뭘까? 회계감사 과정이 깔끔하지 않다는 거다. 기업은 감사의견을 잘 받고 싶겠지만, 감사인은 감사의견을 허투루 낼 수 없다. 기업과 감사인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거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이 발생하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 투자하는 기업이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없는지 꼭 공시를 살펴보자.

두 번째, 감사의견이다

감사인은 치열하게 회계감사를 하고 감사의견을 낸다. 감사의견이 얼마나 중요하냐면, 회사는 상장폐지의 길을 갈 수도 있다. 감사의견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되는 건 아니다.

감사의견은 적정의견, 비적정의견으로 나눌 수 있다. 적정의견은 재무제표와 기업의 실태가 차이가 없다는 것이고, 비적정의견은 재무제표와 기업의 실태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비적정의견은 한정의견, 부적정의견, 의견거절로 나눌 수 있는데, 한정의견은 큰 문제로 볼 정도는 아니라서 1번은 봐줄 수 있지만, 2번 연속은 위험하다는 것이고, 부적정의견은 큰 문제로 볼 수 있으므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의견거절은 기업에서 감사인에게 중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의견 내기를 거부한다는 말이다. 의견거절 또한 상장폐지 사유다. 우리나라 기업은 부적정의견보다 의견거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사보고서 제출을 보면 어떤 감사의견을 받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부적정 또는 의견 거절이라면 바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상장폐지가 바로 되는 건 아니고, 심사를 통해 결정되지만 주가에는 바로 영향을 끼친다. 한정의견 또한 마찬가지다. 한정의견의 경우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생각해서 주의 깊게 기업을 봐야 한다.

세 번째,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여부다

<전자공시시스템, 위*** 기업 감사보고서 제출 중에서>

적정의견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이 착각한다. 기업에 문제가 없구나. 더 나아가서 기업이 우량하네! 감사인이 보증해줬네!라고 착각한다. 적정의견은 기업의 실태와 재무제표가 일치한다, 문제 삼을 게 없다는 거다. 우량 기업이 우량 재무제표를 제출했다면, 적정이다. 반대로 망할 기업이 망할 재무제표를 제출해도 적정이다. 후자에 해당할 경우 감사인은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 해당 여부를 기재한다.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계속기업 불확실성 사유에 해당한다면 현재 기업이 언제든지 비적정의견을 받거나, 상장 폐지 또는 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거다.

감사보고서 제출을 보면 계속기업 불확실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 동* 기업 감사보고서 제출 중에서>

감사의견은 기업의 상장폐지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감사의견 외에도 다양한 상장폐지 사유가 있으니 한국거래소의 퇴출요건을 가볍게 알아두자.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조건] 바로가기
[코스닥 상장폐지 조건] 바로가기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 말한 돈을 잃지 않는 투자야말로 투자를 오래 할 수 있는, 투자에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공시 중 ‘감사보고서 제출’은 투자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 있으므로 꼭 챙기자. 이것만으로도 망할 기업이라는 덫을 대다수 피할 수 있다.


윤정용은

회계 비전공자로 갑자기 재무팀에 배치되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회계 기초’ 전문 강사로 거듭났다. 직장인들에게 회계의 유용함을 전파하는 ‘누구나 회계스쿨’을 이끌며, 강의와 글쓰기, 유튜브 ‘윤정용의 인생 계산기’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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