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다』 페이퍼커팅 아티스트 최향미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무력감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힐링하는 법,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몇 가지 도구만 있다면 이제는 집안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취미들 가운데, 종이 한장으로도 아름답고 정교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페이퍼커팅 아트를 소개한다.

국내 최초 페이퍼커팅 아티스트 최향미 작가는 항상 생각해야 할 것들로 가득한 일상에서 페이퍼커팅만큼이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아트라고 말한다. 더불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그녀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작가님의 아트북, 『피어나다』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피어나다』는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편안하게 자신만의 예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커팅 북입니다. 평소에 꽃과 풀, 그리고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그 속에 담긴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취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발행된 『피어나다』 4편
최향미 작가님 『피어나다』 발행 시리즈, 현재까지 총 4가지 버전이 발행되었다고 한다

Q. 페이퍼커팅 아트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페이퍼커팅 아트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종이 한 장 위에 그려진 선을 따라 칼로 사각사각 잘라내는 쉬운 작업입니다. 페이스커팅 아트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창작물로는 ‘케이크 토퍼’가 있는데, 이름이나 메시지를 잘라내 케이크 위에 예쁘게 장식하는 아트입니다. 그 외에도 액자 작품과 조명, 종이 커튼도 만들 수 있죠. 페이퍼커팅을 하면 아무 생각도 계산도 없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자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복잡한 생각을 잠시나마 덜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다른 일과 병행하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페이퍼커팅을 할 때 주로 음악을 틀어 놓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어 둡니다.그러면 나중에 완성된 작품을 보면 그때 들리던 소리가 기억나 작품에 제 자신의 시간이 녹아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죠.

Q. 페이퍼커팅 아트와의 첫만남,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렸을 때 판화 작업이나, 지점토 작품과 같은 손으로 작품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페이퍼커팅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대학생 때 만들었던 조명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페이퍼커팅의 매력을 느꼈는데요, 풀이 우거진 도안을 그려서 빛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감쌌을 때, 종이의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의 그림자의 모양을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잘라낸 종이가 완성작이 아니라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의 그림자가 저의 의도였습니다. 종이를 자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페이퍼커팅의 매력을 알게 된 후로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작품을 선물하면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요.

Q. 페이퍼커팅 아트를 하면서 바뀐 가치관이 있나요? 삶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바뀌었다기보다 오히려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초반에 혼자 페이퍼커팅 작업을 할 때 주변의 걱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페이퍼커팅을 분명히 좋아할 것이고, 아직 많이 접해보지 못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기다렸죠. 기다림 끝에 많은 사람들이 저의 작품을 알아주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저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어요.  페이퍼커팅의 매력인 ‘예쁨’은 역시 모두를 기분 좋게 해준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Q. 무기력하게 지나가버린 1년, 혼자 집에서 할 수 있는 페이퍼커팅 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것 같은데요, 페이퍼커팅 아트를 접하는 분들이 손쉽게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페이퍼커팅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도안을 그리고 종이를 자르는 두 가지의 과정을 거칩니다. 처음부터 도안을 그리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A4 사이즈의 작품 하나를 그리기 위해서 아무것도 없는 흰 바탕을 오랫동안 쳐다만 보고 있던 적도 있어요. 그래서 우선 ‘잘라보는 것’을 먼저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도안을 자르며 페이퍼커팅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생기고 나면, 내 작품에 대한 열망이 생길거예요. 그러면 이전에 잘라보았던 작품을 조금 변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차 실력이 늘면 친구 이름으로 케이크 토퍼를 만들어 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Q. 나에게 ‘페이퍼커팅 아트’란? 5 글자로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같.이.해.요!

페이퍼커팅을 하면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예쁘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 재미있는 작업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트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활동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매일같이 고민해야 할 것들로 가득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친구, 연인 등 다 같이 쉽고 간편하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Q. 페이퍼커팅 아트 말고도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래전부터 목공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무를 다듬고 조립하는 그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굉장히 경이롭고, 완성된 작품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도 너무 좋아합니다. 최근에 해보고 싶은 것은 도자기 공예입니다. 평소에 예쁜 그릇과 토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예쁜 그릇들을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는 것보다 저만의 취향이 담긴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이 더 예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공과 도자기 둘 다 재미있을 것 같고, 특히 저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보고 싶네요.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1미리의 오차도 없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Q. 라이프스토리 주제와 관련된 질문인데요. 작가님에게 있어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가요?

경험해보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곤 하는데,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본 후에 ‘아, 이것은 안전하다’고 느끼면 비로소 행동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매우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괜찮을까 걱정만 하면 결국 아무것도 생기지 않지만 그냥 행동해보면 경험과 기억이 남아요. 걱정은 경험치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패는 경험치가 되어 우리를 레벨업 시켜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이’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름 끼치는 강박증만 없어져도 모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대학을 졸업하면 무조건 그다음 단계로 들어가야 하고, 서른 살이 되면 새로운 것을 하기에 늦은 것 같은 무서운 압박감 때문에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살아갈까요?

각자의 시간은 모두 속도가 달라요. 그래서 서른, 마흔이라는 것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가리키지 않는, 단순히 지내온 시간의 카운트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저는 40살의 최향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최향미의 40살을 맞이할 것입니다. 나 자신과 어울리는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 ‘나’의 모습으로 말이죠.

Q.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나와 어울리는 삶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입 모아 ‘취미를 만드세요! 재미있는 것들을 하며 기분을 달랠 수 있을 거예요!’, ‘운동을 하세요! 매일의 활력이 생길 거예요!’, ‘친구들을 만나세요! 주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라고 사람들에게 활동적인 일들을 추천하는데요, 모두에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제가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어떤 취향이세요?’ 정도가 있는 것 같네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도 정말 대단하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끊임없이, 그리고 천천히 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금융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INSTORIES를 구독해 보세요.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