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정미소 米 김동규 공동대표

이제는 창업의 시대를 넘어 창직의 시대다. 그동안 쌓은 경력과 관심사를 활용한다면 나만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김동규 대표는 쌀 문화에 관한 강의를 듣고 사람들에게 좀 더 좋은 밥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쌀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동네 정미소’라는 가게를 오픈했다. 동네정미소는 단순히 쌀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지역과 도시를 연결하고, 다양한 쌀맛을 전파하는 커뮤니티다. 밥맛으로 사람을 잇고 있는 김동규 대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한화손해보험 인스토리즈 독자분들께 ‘동네정미소’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네정미소는 쌀과 생산자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쌀 전문 편집샵입니다. 커피 전문점이나 와인 전문점이 있듯, 쌀 전문점이죠. 쌀은 다양한 품종이 있고, 저마다의 맛이 다릅니다. 또 단순한 밥이 아니라 떡도 되고, 술도 되고, 음료도 됩니다. 이런 다양한 쌀의 세계를 알려 드리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Q. 쌀을 파는 정미소 창업이 이색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만큼 창업 계기도 궁금하고요.
한국진보연대, 한국자영업중소상인총연합회 등 시민단체에 몸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쌀에 대한 강의를 듣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밥을 맛없게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쌀을 제대로 공부해 본다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또, 영등포 쪽에서 마을 카페 등도 운영해 보면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고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요. 쌀이야 말로 문화적이고 생태적 소비가 가능하니까요. 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창업한 게 2017년 11월이었죠. 올해로 4년째입니다.

Q. 쌀 전문 편집샵에서 쌀 큐레이터도 일하시는 대표님은 사실 창업이라기보다 창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요. 창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창업 전, 저는 묵은 쌀과 햅쌀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쌀의 품종을 공부하고, 밥맛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밥도 많이 했습니다. 품종별 맛의 차이나 밥 짓는 방법에 따른 맛 차이 등을 알기 위해서요. 또 일본의 대표적인 쌀 편집매장인 아코메야에도 방문해서 품종별, 용량별로 구분한 수십 가지 쌀을 어떻게 디자인화 하고 상품화 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아코야메는 쌀과 잡곡뿐 아니라 반찬이나 수저, 밥그릇 등 쌀과 밥에 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쌀 식문화 공간인데요. 규모와 구색을 자랑하는 야코야메와는 달리 동네정미소는 말 그대로 동네에 있는 작은 정미소 콘셉트로 다양한 품종의 쌀과 잡곡을 판매하고 직접 도정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쌀을 사지 않고 도정만 해드리기도 합니다.

Q. 동네정미소에서 판매하는 쌀은 어떤 것인지 궁금한데요.
우리나라는 현재 200여 종의 쌀이 있는데요. 그중 엄선해서 평균적으로 15가지 정도를 소개하고있습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쌀은 삼광입니다. 벼일 때, 쌀일 때, 밥일 때 3번 빛이 난다고 삼광인데요. 부드럽고 찰기가 좋은 게 특징입니다. 새일미는 식감이 좋고 담백한 맛이 좋죠. 영호진미는 영남과 호남에서 뛰어나게 맛있는 쌀이란 뜻으로, 밥을 지어 오래 두어도 색이 잘 변하지 않아요. 하이아미라는 쌀은 다른 쌀보다 아미노산이 30%나 더 많이 들어 있어 아기들 이유식이나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좋죠. 일명 똑똑해지는 쌀이라 불릴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골든퀸3호도 많이 추천 드려요. 히말라야 야생 벼와 교배해서 벼 자체부터 약간 누룽지향이나 팝콘향이 날 정도로 향미가 뛰어납니다.

Q. 맛있는 밥맛은 무엇이 결정하나요. 대표님만의 철학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누가 생산한 쌀인지, 언제 도정했는지, 그리고 갓 지은 밥인지 말입니다. 이 세가지만 지켜져도 아주 맛있는 밥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그 중 쌀의 품종을 알고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중 쌀은 대개 혼합미로 대규모 도정시설에서 다 섞어버려요. 그래야 가격이 저렴해지거든요. 그런데 쌀의 생산자를 알고 품종을 구분해서 먹으면 훨씬 더 맛있는 밥맛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1kg에 10만 원이 넘는 쌀도 있어요.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한 무슨 품종이란 자체가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소비를 하게 해주거든요. 저희 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품종별로 브랜드화 하는 문화가 차츰 생겨나고 있습니다.

Q. 쌀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동네정미소에서 다양한 쌀을 소개하고 계신대요.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희 정미소를 통해 밥맛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는 고객분들을 만날 때, 또 구입하러 오셔서 삼광이나 하이아미 등 쌀 품종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실 때 변화하는 문화에 조금 기여한 것 같아 보람됩니다. 최근에는 자녀 분이 밥을 너무 안 먹는다고 하셔서 토종쌀 네 가지 정도를 브랜딩해 드렸는데, 아이가 밥을 너무 잘 먹는다고 후기를 남겨주셔서 기뻤습니다.

동네정미소에서는 다양한 우리 쌀과 복원된 토종쌀, 선비잡이콩 아주까리 밤콩 같은 토종콩과 여
러 잡곡 그리고 쌀로 만든 과자나 술, 식혜 등 쌀 가공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Q. 토종 씨앗을 복원하는 일도 하고 계시죠?
앞서 우리나라에는 현재 200여 종의 쌀이 있다고 했는데요.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1451여 종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쌀 농사를 지으시는 농부들은 토종쌀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라고 말씀하세요. 생태계 다양성을 되살리고, 잊혀진 우리 쌀의 풍부한 맛을 되찾는 것은 우리 쌀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토종 씨앗을 복원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고 중요합니다.

Q.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셨습니다. 이 분야 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러나 음식이나 농업, 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해 봐도 좋습니다. 앞으로는 다양성과 개개인의 취향 그리고 개성이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현재도 그렇고요. 그리고 아이템을 한정하시 마시고 과감하게 발전시켜 보시라 조언하고 싶습니다. 쌀은 밥만 있는 게 아니라 떡도 있고 술도 있고 쌀로 만드는 공예까지 있을 정도로 변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거든요.

Q. 라이프스토리 주제이기도 한데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꼭 하나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동네정미소의 슬로건이 ‘백문이 불여일미’입니다. 쌀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저절로 자라서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 수많은 농부의 땀이 이루어 낸 결실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는 합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끼리 ‘사는 게 쌀 같네’, ‘쌀이 먼저다’ 같은 말을 하곤 하는데요. ‘더 나은 삶’을 위해 쌀의 가치와 변화 가능성이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세요!
동네 정미소를 전국에 100호점까지 내고, 쌀 전문 브랜드 형동조합형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키는 게 꿈이자 목표입니다. 골목골목 편의점이 있듯, 동네정미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기본이 되는 쌀과 잡곡, 과자와 식혜 막걸리 등 쌀 가공식품 뿐 아니라 수저와 밭솥, 쌀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굿즈까지 상품군을 다양하게 확장하고 싶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규모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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