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에서 기업의 성적표, 손익계산서를 살펴봤다. 이번엔 기업의 혈액순환인 현금흐름표를 살펴보자.

회사의 혈액순환, 현금흐름표

회계에는 굉장히 식상한 유머가 있다. 피가 안 돌면 동맥경화, 현금이 안 돌면 돈맥경화.

그렇다.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금이 돌고 돌아야 한다.

회사는 현금으로 제품을 만든다. 제품은 재고자산이다. 제품을 팔면 매출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때의 매출은 현금이 아니다. 대부분 외상거래이기 때문이다. 장부상의 매출일 뿐 아직 현금은 받지 못했다. 이때 현금 대신 받는 것이 매출채권(외상매출금)이다. 추후 이를 회수하면 회사에 현금이 들어온다.

현금 → 제품(재고자산) → 외상매출금(매출채권) → 현금

이 과정을 영업순환주기라고 한다. 이렇게 현금이 돌아야 회사가 살 수 있다. 그런데 나쁜 회사는 현금이 돌지 않는다. 제품을 만들 현금이 없거나, 제품을 팔긴 했지만, 현금을 받아내지 못한다. 돈을 줄 고객사가 망했을 수도 있고, 장부를 조작한 가짜 매출일 수도 있다.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이 있고 이익이 있어서 회사가 돈을 좀 버는구나~! 싶은데, 회사에 현금이 없다면 장부를 조작한 것이다. 이런 걸 분식회계라고 한다. 손익계산서에서 숫자는 조작하기 쉽지만, 조작하기 어려운 게 있다. 바로 현금흐름표다. 현금흐름표는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기록한다. 쉽게 말해서 회사의 통장을 까서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1년 수입이 1억인데, 1년에 3천만 원 정도 쓴다면, 내 통장에는 얼마가 있어야 할까? 7천만 원이다. 그런데 통장에 7천만 원은커녕 마이너스라면? 내가 거짓말하는 걸까? 통장이 거짓말하는 걸까?

회계에는 또 이런 말이 있다. ‘이익은 오피니언이고, 현금은 팩트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은 의견을 바꾸는 것처럼 좋게도 나쁘게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금은 조작할 수 없다. 회계감사를 받으면 각 은행마다 감사인이 잔액조회서를 보내고, 현금 실사까지 한다. 통장에 있는 현금을 어떻게 조작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현금흐름표가 중요하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 회사가 정말 돈을 벌고 있는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금은 팩트니까. 그걸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과 현금흐름표의 영업 현금흐름을 비교하는 것이다.

영업이익 vs 영업활동 현금흐름, 이익의 질 평가

회사의 현금흐름표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가져오고,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이익을 가져와 보자.

삼성전자 2019년 연결 현금흐름표
삼성전자 2019년 연결 손익계산서
구분2019년2018년2017년
영업활동 현금흐름(A)45조 원67조 원62조 원
영업 이익(B)28조 원59조 원54조 원
차이(A-B)17조 원8조 원8조 원

삼성전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을 비교해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더 크다. 이유는 영업이익에는 현금을 쓰지 않는 비용, 예를 들어 감가상각비, 무형자산 상각비, 퇴직급여충당금 등 회계상의 비용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현금이 들어오고 나간 것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보다 크다. 이렇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크거나 차이가 별로 없을 때 이익의 질이 높다고 한다. 이익의 질이 높을수록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1조 원대 매출을 기록한 중소 가전기업이자 강소기업으로 뽑힌 한 A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을 보자.

A기업 2013년 연결 현금흐름표
A기업 2013년 연결 손익계산서
구분201320122011
영업활동 현금흐름(A)15억 원17억 원173억 원
영업이익(B)1,104억 원881억 원420억 원
차이(A-B)-1,089억 원-864억 원-247억 원

이 회사는 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의 차이가 클까? 그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익의 질이 너무 떨어지다 못해 완전 바닥이다. 이 기업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수조 대의 매출을 꾸민 분식회계가 드러났다.

이익은 오피니언이고 현금은 팩트다.

기업은 장부상의 이익이 아니라 이익을 뒷받침해 주는 현금이 돌고 돌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기업’, ‘강소기업’ 이런 거 다 소용 없다. 이 회사가 정말 현금을 벌고 있는가? 이게 중요하다. 워렌 버핏도 이익만 말하는 애널리스트와 통화하지 않고, 기업의 현금흐름을 잘 아는 주거래은행담당자와 이야기해야 말한다고 하지 않는가?

손익계산서만 보지 말고, 현금흐름표로 이익의 질을 꼭 체크해보자. 그것만으로도 기업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의 차이가 큰지 작은지, 크다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회계 부정 때문인지, 현금이 돌지 않아서 유동성 위기가 오는 건지 셜록 홈즈처럼 관찰하고 조사해야 한다.

글: 윤정용(누구나 회계스쿨 대표)


윤정용은 

회계 비전공자로 갑자기 재무팀에 배치되어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회계 기초’ 전문 강사로 거듭났다. 직장인들에게 회계의 유용함을 전파하는 ‘누구나 회계스쿨’을 이끌며, 강의와 글쓰기, 유튜브 ‘윤정용의 인생 계산기’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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